좀, 부담스러워요...

친구가 해준 소개팅, 그 남자와는 좋은 감정으로 천천히 잘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. 어느 날 밤 그가 집 앞이라며 나오라더군요. 그때부터 좀 부담스럽긴 했습니다. 우린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늦은 시간에 저희 집 앞에까지 찾아오다니 혹시라도 누가 볼까 좀 그랬죠. 그런데 갑자기 그가 제 생각이 나서 샀다며 비싼 명품 가방을 내미는 것 아닙니다.

순간 미친 듯이 눈이 반짝였지만 3초 후 쉼 호흡을 하며 “왜이래 명품가방 한번 도 안 받아 본 여자처럼!” 이라는 주문을 외며 최대한 도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. 그리고는 곧 거절 했죠. 정말 솔직히 가방이 너무x100 탐나긴 했지만 그깟 가방에 팔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직 그럴 사이가 아닌데 주는 그가 부담스러워서 그냥 돌려보냈어요. 사실, 아직도 그 가방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긴 합니다. 신상이었는데 .....

 

 

야, 소꿉장난 하냐?

                

얼마 전 크리스마스였습니다. 보통은 만나서 선물을 주곤 하는데 그날따라 택배로 선물을 보냈다고 하는 겁니다. 그래서 도대체 뭘 까 엄청난 기대를 했죠. 기대를 하면 실망이 큰 법인걸 알면서도 그래도 애인한테 주는 선물이니 의미 있는 선물이겠거니 했습니다.

그런데, 정말로 의미 있는 선물이었습니다. 의미가 넘치긴 했죠. 단, 의미만 넘쳤습니다. 제가 중학교 때였나? 고등학교 때였나? 여튼 잘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사귄 남자친구에에서 받을 법한 선물이었습니다. 조그마한 머그컵에 “희진♡태영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~ ” 휴.. 요즘 그런 선물 초딩도 안 합니다.

 

 

곧 영화 주인공 될 기세.jpg

 

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전화만 받고 오면 자꾸 제 책상에 단지 바나나 우유가 놓여 있는 거예요.

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주변을 둘러봐도 도대체 누가 놓고 갔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. 그러던 어느 날 어떻게 제 핸드폰 번호를 알았는지 문자가 와서는 저녁 7시에 도서관 앞으로 나오라는 겁니다.

휴, 드라마에 나오는 훈남을 기대한 제가 바보였죠. 잘 모르는 사이일뿐더러 웬 돼지 사촌이 이벤트의 기본!

대한민국에서 이벤트 좀 해봤다는 남자들 중 90퍼센트는 다 해봤다는 촛불 이벤트까지 준비해서 고백을 하는 겁니다.


그날따라 도서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습니다. 제 이름을 부르며 고백노래까지... 진짜 창피하고 부끄러운 하루였어요. 그 뒤로 학교 도서관 다시는 안 갑니다.



천냥마트에서 샀구나..?

              

꼭 제가 선물을 해 주거나 편지를 써주면 남친은 고맙다고 오빠가 다음에 꼭 큰 거 하나 사줄게. 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미리 생각해놔. 하면서 생색을 냈어요. 그러다 다가온 제 생일. 제 눈앞에 정말 말 그대로 엄청 큰 상자를 내미는 겁니다.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면서 내용물을 열어봤죠. 그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다 있었어요.

쿠션부터 시작해서 미니커튼, 슬리퍼까지. 제가 자취를 하기 때문에 늘 필요로 하는 사소한 집기들까지. 그런데 선물들을 하나하나 다 보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 나는 거예요. 정말 눈에 익다 했는데 역시나 작게 장을 볼 때 즐겨찾는 동네 천냥마트에 있는 물건들과 완전 싱크로 율 100%. 그 때 느꼈죠. 아, 이게 정말 큰 선물이구나...




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큰 이벤트를 한다거나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은 받는 사람에게 괜한 거부반응만 일으키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. 선물을 한다는 행위자체는 긍적적이지만 받는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. 그리고 애인이라 할지라도 주는 날과 상황을 생각하여 선물하자.

혹시라도 다음 기념일에 어떤 선물을 해야 여자친구가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면 정성어린 편지 한 장 써주는 건 어떨까?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여자들은 당신이 편지를 쓰느라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지어내며 자신을 위해 노력한 것만 생각해도 크게 감동 할 것이다.





[칼럼니스트 셀레네 (mychanchan@naver.com)] 2009/12/29

출처 : http://mbnhealth.com/sexclinic/sexclinic.asp?StdCmd=knowhow&OD=detail&SEQ=285&page=1&ColName=&strKeyword=

by 나나캣 2010. 2. 8. 13:12